학습장애 아동의 학습지도 전략(수학)

학습장애 아동의 수학 학습을 돕는 다섯 가지 교수 전략

수학은 많은 아동에게 어려운 과목이지만, 특히 학습장애를 가진 아동에게는 더 큰 벽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숫자와 기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언어나 읽기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동은 수학에서도 동일한 난관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아이들이 수학을 배우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조금 더 체계적이고 친절한 교수 전략이 필요할 뿐입니다.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방식으로 접근하고, 학습의 과정을 세분화해 주며, 반복과 강화로 안정감을 주면 수학 역시 아이들의 삶 속에서 충분히 친숙한 영역이 될 수 있습니다.

교육학자 브루너(Bruner)의 표상 이론은 학습장애 아동의 수학 학습에 큰 시사점을 줍니다. 그는 인간이 지식을 세 가지 단계, 즉 행동적 표상(Enactive), 영상적 표상(Iconic), 상징적 표상(Symbolic)을 통해 습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이론은 수학을 가르칠 때 실제 조작 활동에서 출발하여 그림과 시각 자료를 거쳐, 마지막으로 기호와 수식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특히 학습장애 아동은 추상적 기호로 바로 들어가기보다 구체적 경험과 시각 자료를 충분히 거쳐야 학습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 이러한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가정과 학교에서 적용할 수 있는 다섯 가지 교수 전략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구체물 조작을 통한 개념 이해

학습장애 아동에게 수학을 가르칠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추상적인 기호를 바로 보여주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2 + 3 = 5’라는 식을 보았을 때, 많은 아동은 단순히 수를 더하는 의미를 알지만, 학습장애 아동에게는 그저 낯선 숫자와 기호의 나열로만 보일 수 있습니다. 이때 브루너의 행동적 표상 단계가 유용합니다.

교사는 블록이나 작은 장난감을 준비해 “사과 두 개에 사과 세 개를 더하면 모두 몇 개일까?” 하고 물어봅니다. 아이가 직접 블록을 옮기고 세어 보면서 다섯이라는 답에 도달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런 경험은 단순한 덧셈 기호보다 훨씬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더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몸으로 체험하면서 배우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서두르지 않는 태도입니다. 교사는 아이가 스스로 블록을 움직이고, 그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는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반복적인 조작 활동이 쌓이면 기호로 넘어갔을 때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2. 시각적 자료와 그림 활용

구체물 조작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아이가 직접 손으로 만지지 않더라도 그림이나 시각 자료를 통해 수학 개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브루너의 두 번째 단계인 영상적 표상 단계가 바로 이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분수 개념을 가르칠 때 원 모양을 그리고, 그 안을 색칠하면서 “이 부분이 전체의 반이야”라고 설명하면 아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곱셈을 지도할 때는 사각형 배열 그림을 보여주며 “3줄에 4개씩 있으니 모두 몇 개일까?” 하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림은 아이가 머릿속에서 추상적 개념을 시각화하도록 도와주며, 어려운 문제를 보다 친근하게 느끼게 합니다.

시각 자료를 사용할 때는 단순함이 중요합니다. 지나치게 복잡한 그림은 오히려 혼란을 주기 때문에, 핵심 개념이 분명히 드러나는 직관적인 그림을 제시해야 합니다. 또한 아이가 직접 그림을 그려보도록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자기 손으로 표현해 보는 과정에서 수학 개념이 더욱 견고해지기 때문입니다.

 

3. 단계적 과제 제시와 점진적 난이도 조정

비고츠키(Vygotsky)의 근접발달영역(ZPD) 이론은 학습장애 아동의 수학 지도에서 매우 중요한 원리를 제공합니다. 아이가 혼자서는 해결하지 못하지만, 성인이나 교사의 도움을 받으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바로 근접발달영역입니다. 수학 지도를 할 때도 아이가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를 던져주는 대신, 난이도를 잘게 쪼개서 점진적으로 높여 나가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뺄셈을 가르칠 때 처음부터 받아내림이 있는 문제를 주면 아이는 당황하게 됩니다. 이보다는 “5-2” 같은 간단한 문제를 반복하여 성공 경험을 제공하고, 그다음에 “15-7”처럼 조금 더 어려운 문제로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교사는 문제 해결 과정을 단계별로 안내해 주며, 아이가 조금이라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단계적 과제 제시는 학습장애 아동에게 실패보다는 성공의 경험을 더 많이 제공하기 때문에 자신감을 키워주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작은 성공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아이는 점차 더 어려운 문제에도 도전하려는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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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언어적 설명과 자기 말로 표현하기

피아제(Piaget)는 아동이 능동적으로 지식을 구성한다고 보았는데,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언어입니다. 수학 개념은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과 의미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비로소 깊은 학습이 이루어집니다.

학습장애 아동에게 수학을 가르칠 때는 아이가 문제를 풀고 난 뒤, “어떻게 해서 이렇게 답을 구했는지 말해 줄래?”라고 질문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아이는 처음에는 어눌하게 설명하거나 단어를 제대로 고르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사가 “네가 두 개를 더하고, 거기에 세 개를 더했다고 말한 거구나.” 하고 아이의 말을 다시 정리해 주면 아이는 자신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더 분명히 알게 됩니다.

또한 교사가 설명할 때도 어려운 전문 용어보다는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곱셈을 설명할 때 “반복된 덧셈”이라고 풀어 말해 주면 아이가 더 쉽게 이해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수학을 단순히 정답 맞히기의 과정으로 보지 않고, 사고를 표현하는 언어적 활동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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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긍정적 강화와 정서적 지지

학습장애 아동은 수학 문제를 풀다가 쉽게 좌절할 수 있습니다. 이때 교사가 어떤 태도로 반응하는지가 아이의 태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스키너(Skinner)의 행동주의 학습 이론은 긍정적 강화가 학습을 촉진한다고 설명합니다. 아이가 올바른 답을 말하거나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발전을 보였을 때 교사가 즉각적으로 칭찬하거나 격려를 건네면, 아이는 그 행동을 다시 반복하려는 동기를 갖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오답을 냈더라도 문제를 끝까지 풀었다면 “네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풀었구나, 그게 정말 멋진 거야.”라고 칭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단순히 정답 여부가 아니라 학습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또한 작은 성공을 경험했을 때는 “너 오늘은 어제보다 더 빨리 답을 찾았네!”라고 구체적인 칭찬을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정서적 지지는 수학을 ‘두려움의 과목’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과목’으로 느끼게 만듭니다. 결국 긍정적 강화와 정서적 안정감은 학습장애 아동이 수학에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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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학습장애 아동의 수학 학습은 단순히 문제를 푸는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 아닙니다. 아이가 자신감을 회복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또 하나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입니다. 브루너의 표상 이론에서 출발한 구체물 조작, 시각 자료 활용,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을 고려한 단계적 과제 제시, 피아제의 언어적 구성주의에 기반한 자기 설명하기, 그리고 스키너의 긍정적 강화까지. 이러한 이론적 근거는 모두 학습장애 아동의 실제 수학 수업 현장에서 큰 힘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고, 작은 성공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입니다. 교사가 한 걸음 앞서 끌어주고, 또 한 걸음 뒤에서 지켜봐 주면서 아이와 함께 걸어간다면 수학이라는 길은 결코 외롭거나 막막하지 않을 것입니다. 수학은 결국 아이의 삶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가 되어 줄 것이고, 그 첫걸음은 따뜻한 지도자의 손길에서 시작됩니다.